임원으로 퇴직 후 법인으로 회사를 창업하신 분들께 "자녀에게 지분을 넘기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하고 여쭤보면, 답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아직 회사가 자리도 안 잡혔는데요. 좀 더 키워놓고 생각하겠습니다."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세금만 놓고 보면 정확히 반대입니다. 키워놓고 넘기는 것이 가장 비싼 길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러니까 일찍 하세요" 같은 막연한 조언이 아닙니다.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법에 산식으로 박혀 있고, 그 산식에 계단이 세 개 있습니다. 오늘은 그 세 개의 계단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1. 비상장주식에는 시세가 없습니다 — 그래서 법이 계산해 줍니다

상장주식은 어제 종가를 보면 됩니다. 비상장주식은 사고판 기록이 없으니 시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속세및증여세법이 계산식을 정해 뒀습니다. 이걸 보충적 평가방법이라고 합니다.

1주당 평가액 = (순손익가치 × 3 + 순자산가치 × 2) ÷ 5

순자산가치는 쉽습니다. 회사가 가진 것에서 빚을 뺀 금액입니다.

문제는 순손익가치입니다.

순손익가치 = 최근 3개 사업연도 순손익의 가중평균액 ÷ 10%

가중평균은 직전 연도에 3, 그 전 연도에 2, 그 전전 연도에 1을 곱해 6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그 값을 10%로 나눕니다.

10%로 나눈다는 말은 10을 곱한다는 뜻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이익 1억 원은 평가액 10억 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 10억이 전체 평가액의 60%를 차지합니다.

대표님이 올해 1억을 더 버시면, 회사 가치는 1억이 아니라 6억 가까이 올라갑니다. 이게 비상장주식 평가의 성질입니다.

(가중평균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순자산가치의 80%를 씁니다. 바닥은 있다는 뜻입니다.)

비상장주식 평가액은 계단으로 움직입니다

2. 첫 번째 계단 — 설립일

회사를 세운 날, 회사 가치는 자본금 그대로입니다.

번 돈이 없으니 순손익가치가 없고, 가진 것도 납입한 자본금뿐입니다. 자본금 5억으로 세웠으면 회사는 5억입니다.

인생에서 이 회사가 가장 쌀 때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은 한 번뿐이고 다시 오지 않습니다.


3. 두 번째 계단 — 사업개시 후 3년

여기가 많이들 모르시는 지점입니다.

사업개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법인은 순자산가치만으로 평가합니다. 상증법 시행령 제54조 제4항입니다. 사업개시 전 법인, 휴업·폐업 중인 법인도 같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창업 초기 3년 동안은 아무리 이익이 나도 그 이익이 평가액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진 것만 세면 됩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는 순간 산식이 바뀝니다. 순손익가치가 들어오고, 그동안 쌓인 이익이 10배로 환산되어 60% 비중으로 얹힙니다.

평가액이 서서히 오르는 게 아니라 계단을 한 칸 뛰어오릅니다. 회사는 3년차 12월 31일과 4년차 1월 1일에 똑같은데, 평가 산식은 다릅니다.


4. 세 번째 계단 — 그 뒤로는 매년

3년을 넘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매년 움직입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방식에 규칙이 있습니다.

올해 번 돈은 3년 동안 평가액에 머뭅니다.

가중치가 3 : 2 : 1이니까, 올해 이익은

  • 내년 평가에서 가중치 3으로
  • 내후년에 2로
  • 그다음 해에 1로

들어왔다가 4년째에 빠집니다.

그래서 유난히 잘된 한 해가 있으면, 그 해의 실적이 3년 동안 평가액을 떠받칩니다. 반대로 안 좋은 해가 있으면 그 효과도 3년 갑니다.


5. 숫자로 보겠습니다

퇴직금 5억으로 법인을 세우고, 자녀에게 30%를 넘기는 경우입니다. 배당 없이 이익을 전부 회사에 쌓는다고 보겠습니다.

연도별 당기순이익은 1년차 5,000만 → 2년차 1억 5,000만 → 3년차 3억 → 4년차 4억 → 5년차부터 매년 5억으로 가정했습니다.

시점 회사 평가액 자녀 30% 지분가액 증여세
설립 시 5억 원 1억 5,000만 원 970만 원
2년차 말 (3년 미만 → 순자산만) 7억 원 2억 1,000만 원 2,134만 원
5년차 말 33억 6,000만 원 10억 800만 원 2억 2,058만 원
10년차 말 47억 6,000만 원 14억 2,800만 원 3억 7,946만 원

설립 시와 10년차의 차이가 39배입니다.

눈여겨보실 곳은 2년차 말에서 5년차 말 구간입니다. 2,134만 원이 2억 2,058만 원이 됩니다. 10배가 넘습니다.

이 구간에 세 번째 계단이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익이 쌓인 것만으로도 올라가는데, 거기에 순손익가치가 산식에 새로 들어오면서 한 번 더 뜁니다.

성년 자녀 증여재산공제 5,000만 원과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했고, 10년 내 다른 증여가 없다고 봤습니다.


6.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합니다

이익을 줄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이 글에서 가장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평가액을 낮추는 것과, 평가액이 낮은 시점을 고르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앞엣것은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뒤엣것은 정상적인 의사결정입니다.

실제로 하실 수 있는 것은 이쪽입니다.

① 설립할 때 지분을 정합니다. 가장 싸고, 가장 깔끔하고, 되돌릴 일이 없습니다. 설립 시 주주 구성은 설립 시 취득이라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문제도 생기지 않습니다.

② 넘기실 거면 사업개시 3년이 오기 전에 결정하십시오. 날짜가 정해져 있는 유일한 기한입니다.

③ 반드시 증여세를 신고하고 넘기십시오. 자녀 이름만 올려놓고 돈은 대표님이 내신 것이라면 명의신탁이고, 나중에 증여세가 추징됩니다. 증여세를 신고하고 → 자녀 계좌에서 출자금이 나가고 → 증여세는 자녀가 내는 흐름이 서류로 남아야 10년 뒤에 안전합니다.

④ 싸게 파는 것으로 대신하지 마십시오. 특수관계인에게 시가보다 낮게 양도하면 양도자에게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양수자에게는 증여세가 따라옵니다. 두 번 맞습니다.

참고로 중소기업은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반 법인이라면 최대주주 지분에 20%가 할증되는데, 중소기업은 그 부담이 없습니다. 이것도 초기에 움직일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조건입니다.


7. 창업할 때 정하는 세 가지가 전부 여기로 연결됩니다

회사를 세우실 때 정하시는 것이 크게 세 가지입니다. 자본금, 주주, 사업개시일.

이 셋은 설립 서류를 쓸 때는 그냥 빈칸입니다. 그런데 전부 평가액으로 연결됩니다.

  • 자본금은 설립 시점의 회사 가치 그 자체입니다
  • 주주를 누구로 하느냐가 지금 1억에 끝날 일인지 10년 뒤 4억이 될 일인지를 가릅니다
  • 사업개시일은 두 번째 계단이 언제 오는지를 정합니다

제가 창업 상담에서 세금 얘기만 하지 않고 지분 얘기를 같이 꺼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창업 단계의 빈칸 세 개가 10년 뒤 승계 비용을 결정하는데, 그 두 가지를 따로 상담하면 이미 늦습니다.

회사가 잘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잘될수록 넘기는 비용이 같이 커진다는 것만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확인하실 것

  1. 사업개시일이 언제입니까. 거기서 3년이 되는 날이 언제인지 달력에 표시해 보십시오
  2. 최근 3개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을 뽑아 보셨습니까 — 이 숫자에 10을 곱한 값이 평가액의 60%입니다
  3. 자녀가 성년입니까. 증여재산공제가 5,000만 원인지 2,000만 원인지가 갈립니다
  4. 최근 10년 안에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 있습니까 — 합산되면 세율 구간이 올라갑니다
  5. 증여를 하신다면 자녀가 증여세를 낼 자금이 있습니까 — 그 돈까지 대표님이 내시면 그것도 증여입니다

지분 이전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다면

위 다섯 가지 중 1번과 2번에서 바로 답이 안 나오신다면, 지금 한 번 계산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사업개시 3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준비해 주실 것은 세 가지입니다. ① 법인등기부와 사업자등록증(설립일·사업개시일 확인용) ② 최근 3개 사업연도 재무제표 ③ 자녀 나이와 최근 10년간 증여 이력. 이 세 가지면 지금 평가액과 3년 뒤 평가액, 그리고 각각의 증여세를 비교표로 뽑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