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으로 퇴직하시고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대화가 거의 같은 순서로 흘러갑니다.
퇴직금이 얼마 들어왔고, 세금을 얼마 뗐고, 이제 이걸로 뭘 할지 알아보는 중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비슷하십니다.
그런데 그다음 질문에서 갈립니다.
"법인으로 할지 개인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맞는 질문이긴 한데, 순서가 한 칸 앞서 있습니다. 그 앞에 먼저 정하셔야 할 게 있고, 그걸 정하지 않은 채 법인을 세우면 나중에 되돌리는 데 몇 배가 듭니다.
오늘은 퇴직금이 들어온 시점부터 회사를 세우기까지, 순서대로 세 가지 결정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왜 이 세 가지가 10년 뒤에 한자리에서 만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먼저, 퇴직소득세는 생각보다 쌉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근속 25년, 퇴직금 5억 원인 경우입니다.
| 단계 | 금액 |
|---|---|
| 퇴직급여 | 5억 원 |
| 근속연수공제 (4,000만 + 5년×300만) | -5,500만 원 |
| 환산급여 (4억 4,500만 ÷ 25 × 12) | 2억 1,360만 원 |
| 환산급여공제 | -1억 1,282만 원 |
| 과세표준 | 1억 78만 원 |
| 산출세액 (÷12×25) | 4,132만 원 |
| 지방소득세 포함 | 4,545만 원 |
실효세율이 9.09%입니다. 같은 5억을 급여나 상여로 받으셨다면 절반 가까이 떼였을 텐데, 퇴직소득은 근속연수로 나눴다가 다시 곱하는 연분연승법 덕분에 세 부담이 확 내려갑니다.
여기서 두 가지만 짚겠습니다.
임원은 한도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한도가 두 개이고, 서로 하는 일이 다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정관에 배수를 크게 써 두면 퇴직금을 퇴직소득으로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① 소득세법 제22조 제3항 — 받는 사람의 소득 구분을 정합니다
퇴직 전 3년 총급여의 연평균환산액 × 10분의 1 × 근속연수 × 배수(2012년 1월 1일~2019년 12월 31일 근속분은 3배, 2020년 1월 1일 이후 근속분은 2배)를 넘는 금액은 근로소득으로 봅니다. 이 산식은 법에 그대로 박혀 있어서, 정관에 무엇을 써 놓아도 바뀌지 않습니다. 정관에 5배로 정해 놓고 그 금액을 실제로 지급했더라도, 2배를 넘는 부분은 근로소득으로 과세됩니다. (2011년 12월 31일까지의 근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이 한도 계산에서 빠집니다. 근속이 긴 분은 이 부분이 꽤 큽니다.)
②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 제4항 — 주는 회사의 비용 인정 한도를 정합니다
정관, 또는 정관이 위임한 퇴직급여 지급규정에 금액이나 계산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그 금액까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퇴직 직전 1년 총급여 × 10분의 1 × 근속연수까지만 회사의 손금으로 인정됩니다. 초과분은 손금불산입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정관은 "회사가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하고, 소득세법은 "받은 돈이 퇴직소득인지 근로소득인지"를 정합니다. 정관을 정비하는 작업은 법인세 쪽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받는 분의 퇴직소득세를 줄여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실행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퇴직금이 이미 지급된 뒤에는 손댈 수 없습니다.
퇴직소득세가 싸다는 건 좋은 소식이지만, 동시에 함정이기도 합니다. 이 돈을 창업을 위해 법인에 넣고 나중에 어떻게 꺼내느냐에 따라, 여기서 아낀 것보다 훨씬 큰 세금을 나중에 내실 수 있습니다.
2. 첫 번째 결정 —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가, IRP에 둘 것인가
퇴직금을 IRP로 이연한 뒤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깎아 줍니다.
- 연금수령 10년차까지: 퇴직소득세의 70%만 (30% 감면)
- 11년차부터: 60%만 (40% 감면)
위 사례로 보면 4,132만 원이 약 2,893만 원으로 내려갑니다(10년 이내 수령 기준, 지방세 별도). 연간 인출 가능액에는 연금수령한도가 걸립니다.
숫자만 보면 IRP가 유리합니다. 그런데 창업하시는 분에게는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붙습니다. 그 돈을 지금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IRP에서 중도에 빼면 감면은 사라지고, 경우에 따라 기타소득세가 붙습니다. 그래서 이 결정은 세율만 보고 하시면 안 되고, 창업에 실제로 필요한 금액을 먼저 확정한 뒤에 하셔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나눕니다. 창업에 꼭 필요한 만큼만 일시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IRP에 두는 것입니다. 전부 일시금으로 찾아놓고 "혹시 몰라서"라며 통장에 몇 년씩 묵히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그 몇 년 동안 감면분을 그냥 버리신 셈입니다.
3. 두 번째 결정 — 자본금으로 넣을 것인가, 빌려줄 것인가
법인을 세우기로 하셨다면, 5억을 어떻게 넣을지가 다음 결정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전액을 자본금으로 넣으십니다. 그게 깔끔해 보이니까요.
그런데 두 방법은 나중에 꺼낼 때가 완전히 다릅니다.
자본금으로 넣으면 그 돈은 회사 것이 됩니다. 다시 개인으로 가져오려면 배당(15.4% 원천징수, 금융소득 2천만 원 초과 시 종합과세)이나 급여, 퇴직금 같은 통로를 거쳐야 하고, 전부 과세됩니다.
빌려주는 형태(가수금)로 넣으면 원금을 돌려받는 것은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회사에 현금이 돌기 시작하면 세금 없이 회수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액을 대여로 넣는 게 답도 아닙니다. 자본금이 너무 얇으면 금융기관 여신, 관급 입찰 참가자격, 거래처 신용평가에서 불리합니다. 업종에 따라 등록 요건으로 최소 자본금이 걸려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결정은 "세금이 유리한 쪽"이 아니라 "사업상 필요한 자본금 수준"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를 대여로 돌리는 순서로 하셔야 합니다. 이건 세무사 혼자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표님 사업 계획을 같이 봐야 나옵니다.
4. 세 번째 결정 — 그리고 이게 가장 큰 결정입니다
자본금을 5억으로 정하셨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그 5억의 지분을 누구 이름으로 넣을 것인가.
대부분 "당연히 내 이름으로" 하십니다. 그런데 자녀가 성년이고, 언젠가 이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시다면,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싸게 넘길 수 있는 시점입니다.
회사가 오늘 만들어졌다면 가치는 자본금 그대로입니다. 프리미엄이 붙을 실적이 아직 없으니까요.
숫자로 보겠습니다. 자녀에게 30%를 갖게 하는 두 가지 방법입니다.
| 설립 때 자녀가 30% 출자 | 10년 뒤 지분 30%를 증여 | |
|---|---|---|
| 그때 회사 가치 | 5억 (자본금) | 50억 |
| 자녀가 받는 몫 | 1.5억 | 15억 |
| 증여세 | 970만 원 | 4억 740만 원 |
42배 차이입니다. 성년 자녀 공제 5천만 원과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했고, 10년 내 다른 증여가 없다고 봤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30%, 같은 자녀입니다. 언제 정했느냐만 다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법인을 세울 때 주주를 구성하는 것은 설립 시 취득이라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설립 후에 지분을 사거나 받아서 과점주주가 되면 회사가 가진 부동산·차량 등에 취득세가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같은 결과인데 경로에 따라 비용이 다릅니다.

5. 다만, 여기서 반드시 선을 지키셔야 합니다
이 얘기를 들으시면 "그럼 자녀 이름으로 넣어두면 되겠네" 하시는데,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이 글에서 가장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이름만 빌리는 건 차명입니다.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넣어두고 실제 돈은 대표님이 낸 것이라면 명의신탁이고, 나중에 증여세가 추징됩니다. 세무조사에서 계좌 흐름으로 그대로 드러납니다.
정석은 증여세를 신고하고 출자하는 것입니다. 위 표의 970만 원이 바로 그 세금입니다. 그 돈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자녀 계좌에서 회사 계좌로 출자금이 나가고, 증여세는 자녀가 냅니다. 이 흐름이 서류로 남아야 10년 뒤에 안전합니다.
자녀 나이도 봐야 합니다. 미성년이면 자금출처 소명이 훨씬 까다롭고, 지분만 갖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구조가 오래가면 다른 쟁점이 생깁니다.
그리고 회사가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자녀 지분은 자녀의 손실이기도 합니다. 퇴직금을 넣어 만든 회사라면 이 부분을 가족이 같이 알고 시작하셔야 합니다.
6. 순서를 지키셔야 하는 이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퇴직금 수령 방식 — 창업에 필요한 금액을 먼저 확정하고, 나머지를 IRP에 둡니다
- 투입 방식 — 사업상 필요한 자본금을 정하고, 나머지를 대여로 넣습니다
- 지분 구성 — 자본금이 정해져야 누가 얼마를 낼지가 정해집니다
3번은 1번과 2번이 끝나야 정할 수 있고, 회사가 등기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설립 후에 지분을 바꾸려면 양도나 증여를 거쳐야 하고, 그때는 이미 가격이 붙어 있습니다.
제가 창업 상담에서 세금 얘기만 하지 않고 증여·승계까지 같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창업 단계의 결정이 10년 뒤 승계 비용을 결정하는데, 그 두 가지를 따로 상담하면 이미 늦습니다.
사업자등록 전에 확인하실 것
- 소득세법상 퇴직소득 한도(2020년 이후 근속분 2배수)를 넘는 금액이 있는지 계산해 보셨습니까
- 정관·퇴직급여 지급규정으로 회사가 손금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을 확인하셨습니까
- 창업에 실제로 필요한 자금을 월 단위로 뽑아 보셨습니까
- 자본금과 대여금의 비율을 정하셨습니까
- 자녀·배우자를 주주로 넣을지, 넣는다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정하셨습니까
- 증여를 하신다면 신고와 계좌 이체 순서를 확인하셨습니까
퇴직금은 한 번 들어오면 다시 설계할 수 없습니다. 회사도 한 번 세우면 지분을 다시 짜기 어렵습니다. 두 가지가 다 정해지기 전에 한 번은 같이 계산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글의 계산은 가정을 놓고 산출한 예시입니다. 실제 세액은 근속연수·급여 수준·가족관계·회사 업종에 따라 달라지고, 회사의 손금 인정 범위는 정관 규정에 따라 달라지며, 세법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행 전 반드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